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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마에서 본 아줌마의 포스 - 파이야!!

· 댓글개 · 바다야크

며칠이 지나도 어깨에 뭉친 담이 안 풀리네요. 파스를 몇 날 붙이고 뜨거운 물 찜질도 여러 번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몸을 젖힐 때마다 마다 콕콕 쑤시고 신경이 쓰여 침울해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저에게 회사 근처에 찜질방이 있다며 같이 가자는 동료를 따라 오랜만에 사우나에 갔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작군요. 온도에 따라 소금방·옥방·불가마 방이 있었는데, 온도가 낮은 곳에 있다가 제일 뜨거운 불가마 방으로 들어 갔습니다. 큰 아궁이에 직접 나무를 때는 방이었는데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나무 타는 아궁이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어서 가까이는 못 가고 좀 떨어진 빈 공간을 찾아 앉았습니다. 나무 열을 직접 쬐면 뭐가 좋은지 아궁이 앞에 조금 떨어져서 둥그렇게 빈자리 없이 에워싸듯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천정으로 비치는 모습을 보면 열기와 불빛이 볼만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아궁이 바로 앞자리는 힘들겠다 했습니다. 그러나 같이 오신 분들인지 한 번에 우르르 나간 후에 빈자리가 생겼네요. 뭐가 좋기는 한 거야 하면서 앞 자리에 앉았습니다. 우~ 뜨거~ 시각적인 효과 때문인지 모르지만, 등으로 직접 전달되는 나무의 열기가 대단하군요. 절로 땀이 흐르는데 너무 뜨거워서 장작 쪽을 바라보지는 못하고 다른 분처럼 등을 지고 앉았습니다. 그래, 간만에 땀을 제대로 내는 거야 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멍하게 떠올리면서 더위를 참았습니다. 역시 뭔가 좋기는 좋은듯 어르신까지 모두 빈틈 없이 빙 둘러 앉아 팀을 이루었습니다.

사우나

옆에 남자 분이 나가는 인기척 소리가 나고 다시 다른 분이 앉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럴 때 이상한 심리가 생깁니다. 사우나 하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괜한 경쟁심이 생긴다는 것이죠. 이 분이 나가면 그때 나가야지. 그러나 그분은 들어 온지 얼마 안 되었으니 제가 나갈 때까지 참으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옆 사람을 의식하면서 땀을 한참 빼는데 어라? 잘 참는데. 그렇다면 질 수 없지. 누가 쌈을 붙여 놓은 것도 아닌데 경기를 하는 것처럼 계속 버텼습니다. 역시 옆 사람도 만만치 않아서 덕분에 오래 앉아 있게 되었는데 주위 어른들도 꼼짝을 않네요. 나무 열이 좋은 거야? 아니면 나처럼 소심한 경쟁을 하는 거야?

어우~ 답답함에 이제는 못 참겠다는 생각에 눈을 떴는데 웬 아줌마가 저를 쳐다 보내요. 아니 우리 팀을 보는 듯했습니다. 왠지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좀 그런 인상인 것 같기도 하고. 뜨거운 사우나를 좋아하는 아줌마 많이 계시죠. 여성의 몸에 나이가 드시면 체력도 떨어 지실 텐데 이런 면에서는 남성보다 강하십니다. 저야 땀을 쫙 뺀다는 생각이지만, 아줌마는 지진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우나에 대한 생각부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빨리 비켜나기를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적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줌마의 눈빛을 외면하듯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아줌마, 이 몸도 피곤에 찌들었사옵니다.

숨 쉬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참기 위해 다른 생각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흘러 내리는 땀에도 집중하면서 참았습니다. 이윽고 옆에 있던 아저씨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나가는데, 아줌마가 쏜살같이 자리를 차지 했습니다. 아까부터 계신 것 같은데 아니 얼마나 지지시려고 앞사람까지 제치면서 부산을 떠실까요? 그런데 자리까지 잡은 분이 계속 저를 흘끔 쳐다 보시는 것 같아요? 흠~ 뭐지? 혹시, 내가 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경기? 에이 아무리. 기분이겠지. 조금 더 참다가 저도 일어 섰습니다. 문쪽으로 나서는데 그 아줌마가 제 쪽으로 오는가 싶더니 가운데로 이동하시네요. 그런데 저의 자리가 아니라 아궁이 바로 앞. 그 뜨거운 화로 앞에서 두 다리를 쭉 펴시고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헉~! 그 모습은 그야말로 파이야~!!

사우나

아니 저분은 뜨겁지도 않나? 아니 어떻게 저 앞에 바짝 다가가서 앉을 수 있지? 건장한 남자들도 뜨거워서 떨어져 앉는데 저 분은? 아마도 제가 앉아 있어서 아궁이 앞에 자리 잡기는 공간이 좁았나 봅니다. 이 정도는 해야 사우나라고 할 수 있지 하는 것 같은 그분에게 너무 지나치면 해로워요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감히 말씀 드릴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정말 대단하세요. 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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