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008.06.06 16:08 이런저런/수다 떨기

저는 삼국지를 좋아합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데도, 읽을 때마다 눈에 띄는 대목이나 느낌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두 번째인가 세 번째 읽었을 때, 유비가 한중왕에 올라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을 오호대장으로 올리고, 다른 충신들을 하나하나 관직을 높여 주면서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부분은, 책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제 일처럼 즐거웠습니다. 이상하죠? 처음 읽었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러나 다음에 다시 읽었을 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천자를 끼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던 조조가 자기 사람이 되어 달라고 그렇게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집 한 칸 없는 유비를 찾아 나서는 관우를 보면서, 왜 중국인들이 관우를 좋아하고 따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배신과 배반으로 찌든 세상에, 약육강식의 속세에서 관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다섯 번, 여섯 번 읽다 보면 느끼는 감동이 처음만치는 못합니다.

삼국지의 재미는 역시 적벽대전부터죠. 초한지도 읽어 보았습니다만, 한신의 십면매복계가 항우를 잡았어도 적벽대전 만큼 가슴을 조아리게 하고 스릴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연코 삼국지의 백미는 적벽대전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독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습니다만, 제가 적벽대전을 백미로 말씀 드리는 이유는, 한 번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영웅들의 두뇌 싸움이 매우 치열하고 볼만하기 때문이지만, 누구보다도 제갈공명의 신출귀몰한 활약은 책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려 줍니다.

제갈공명은 삼고초려에서 오장원에까지 모든 곳에서 활약이 대단했지만, 특히 오 나라의 중신들과 논쟁하는 제목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열 번 이상 삼국지를 읽었어도 이 대목은 이상하게 통쾌합니다.

왜 이 부분이 재미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제갈공명의 천재성을 제대로 보여 주기도 하지만, 제갈공명과 오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중신들과의 언쟁은 그저 말싸움이 아니라 장이야 멍이야 하듯, 상대방의 집요하고 빈틈이 없을 것 같은 공격에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받아 내면서도 오히려 공격하는 재갈공명의 깔끔한 언변과 화술이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갈공명이 오 나라의 천재들을 혼자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비단 타고난 천재성만은 아닙니다. 미리 상대에 대한 철두철미한 분석과 만반의 자료를 준비해서, 상대가 공격해 오면 바로 받아 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누구이고 성격은 어떻고, 그래서 지금 나에게 어떤 쪽으로 이끌려는지 파악해서, 상대를 공략하는 방법을 제대로 선택하고 반격해서, 상대로 하여금 긍정할 수 밖에 없게 하여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어제 100분 토론을 보고 옛 이야기를 다시 들춥니다만 장기도 장이야, 멍이야 해야 재미가 있지 서로 등 돌리고 제 돌만 움직인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하물며 토론이겠습니까. 어제 토론은 시장의 장기판만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돌리면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기만하는 뻔뻔한 사람이나, 자기 생각으로만 꽉 차있어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담을 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기만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자기만 옳다는 비 정상적인 사람, 언변이 없으면 자료라도 충분히 준비하던가, 이마저도 못하면서 자기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을 보면서 구들장을 깰 뻔했습니다.

에효~ 졸리지나 않게 방송시간이나 땡기던지.....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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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손
    • 2008.06.06 17:31 신고
    동당시 부동당 부동당시 동당~
    움직여 줘야할때는 안움직여주고
    안움직여 줘야할때 움직이더라

    오늘 선운사 다녀왔습니다
    선운사길을 내려올때 어느 초등학교 학생이 아버지와 갇이 걷다 하는말이 명박이아저씨 헌티 가서 말해보라고 하는말을 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지 잘못한것은 빨리 인정하고 빨리 시정하는것이 최상책이죠
    협상한넘도 자기 잘났다고 조디만 나불거리고 그위에 대가리와 덩달어 집지키는 똥개도 잘났다고만하니 ~
    아고 답답해 소주한잔 하고 잠이라도 자야것습니다
    천불이 나서 못살것내여
    • 4천만
    • 2008.06.06 17:54 신고
    저는 오히려 조조에게 반합니다.
    옥석을 찾는 혜안, 인재에게 인색하지 않음.
    (요즘 일류대 나온 강남 땅부자들 장관에 임명되는 것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민들 세금으로 일류대에 지원금 팍팍 대주며, 유학 보내주며 만든 국가 영재들이,
    그 총기를 투기에 올인 하시는 씁쓸함.
    외국인 이런말 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이 더 똑똑 한데 왜 더 못사는가? 바로 일류대에서 배출한 사회 엘리트층의 차이 라고. )
    조조의 옷이 3벌 뿐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적벽대전을 저는 오히려 반대로 조조가 얼마나 대단한 군주였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라 생각 됩니다.
    • 네, 저도 조조를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령 관우가 오관돌파까지 하면서 신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조조의 큰 인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
    • 좋은날
    • 2008.06.06 20:05 신고
    그런 정치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
    •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국민들이 진정 따르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
    • 길손
    • 2008.06.06 21:11 신고
    한잔 하고 와서 한마디 더하고 싶어서요~
    욕먹을 소린지 모르지만 우유부단한 유비보단 조조가 더 현자라고 봅니다
    치세에 나라를 세우고 이끌어 가려면 간신나라 충신이 되야하는법이죠
    어찌 되었건 정치란 모름지기 민초들에게 뒷담화 대상이 안되어야 하는버이라고 말하고 싶으내여
    과음도 못하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말잘못하면 과거처럼 잡혀갈까 두려워서리 적당히 마십니다 ㅎㅎㅎㅎ
    • 캬~ 저도 한잔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보네셨나요? ^^
      아! 걱정 않하셔도 좋습니다. 유비보다는 조조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중국은 조조를 매우 싫어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조조에 대해
      다시 인물 평가를 하자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신하로서 천자를 멸시했기 때문에 신의가 잃었고,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이는 것 때문에 폭군처럼 보여 많은 분이 싫어하지만
      인물을 중시하고 부하에 대한 사랑이 자식 사랑보다 크고
      삼국지에 나오는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매우 과감한 결단력과
      상황에 따라 뛰어난 임기웅변을 펼칠 줄 아는 조조야 말로 의심할 수 없는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 길가의 꽃
    • 2008.06.06 23:33 신고
    역사는 반복되어진다고도 하죠...
    반복의 역사속에서 가장 숭고한 진리가 바로 '민초들의 의지'이지 싶습니다...
    지금 저 수많은 촛불들....매번 볼때마다 가슴 한편이 저미지만..참으로 자랑스럽네요^^.
    참, 조금전에 기사보다가 이 카페(http://cafe.daum.net/2mbcancel)를 알게되었는데요, 한번들 보세요...저도 조금이지만 정성 보탰구요...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아까 저녁 먹으면서 울 마나님과 촛불 참가여부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8개월된 아기가 걱정되서인지 선뜻 마음을 못잡네요...혼자라도 가야겠죠?...^^
    • 이상
    • 2008.06.07 00:25 신고
    흠..jw님은 삼국지를 좋아하시는군요...전 초한지를 더 좋아합니다. 물론 한번씩 완독할 뿐이었지요 더 읽어 봐야 겠습니다만..ㅎㅎ
    뭐랄까....진행되는 과정이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신속한 이야기 전개를 느낄수 있어서요...거 뭐지 항우와 유방이 어디더라..수도를 향해 누가 먼저 가나? 맞나요...그 과정을 보는게 굉장했죠...한신이라는 명장의 활약도 멋졌구요....삼국지는 너무 제갈량의 능력을 부풀려 논게 그다지 맘에 안들구요...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군요...
    ...잘못하면 여기서 또 항우가 세냐 여포가 세냐 이런 초딩논쟁이 벌어질듯..ㅎㅎ 네버 지식인에 이런 질문...헐...댓글싸움 굉장하더군요....대표적 논쟁인 사자와 호랑이중 누가 더 세냐...여포와 항우중 누가 더 세냐...ㅋㅋㅋㅋ
    • 아름다운지
    • 2008.06.07 00:53 신고
    유비보다 조조가 평가가 잘못되게 높이 평가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죠.
    그러나 유비를 까는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고 하더라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딱 하나는
    매력이죠..(참.. 이 단어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조조도 인재발굴에 전혀 인색하지 않았지만.. 유비와 부하와의 관계는 단순히 군신간의 관계가
    아니었죠. 충성심을 이미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참.. 대단한 능력이죠.

    이문열 삼국지나 기타 다른 분들이 쓰신 삼국지에서도 인정하는 대목입니다.

    ps> 그냥 끄적였어요.ㅎ
    • 더블제이
    • 2008.06.07 09:41 신고
    과연 민심은 천심입니까..민중은 항상 옳은 것일까요..영원한 숙제고, 역사만이 증명해 주겠죠..
    하지만, 대세는 기울었습니다..자신에게 최선이 아니더라도, 구성원 대다수가 차선을 선택했다면,
    자신도 차선에 동조해서 힘을 보태야 합니다..
    유비는 우유부단할지는 몰라도 사람을 아우르는 포용력이 있습니다..
    물론 리더로서 추진력과 결단력도 중요하겠죠..하지만 인재를 담을 수 있는 도량이라고 하죠..
    여유로운 태도와 오만하지 않으며, 타인을 대할 때 최선을 다하며, 너그러우며 때로는 자신의
    고집을 꺽어 시세에 순응하고, 너무 강한 태도로 반목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분열과 반목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유비의 리더쉽도 필요한 부분은 아닐까요..
    지금 한국의 지도자에게는 어디 경제회복이 서두른다고 되는 일입니까..우선은 민심을
    안정시키고 사람들을 융합할 수 있는 도량이 있는 리더가 필요한지도 모르겠군요..ㅎ
    • 무면허
    • 2008.06.07 11:59 신고
    100분 토론을 안 보기 시작한 지 꽤 됐습니다. 아무런 결론도 없이 서로의 주장만 평행선을 달리는 토론에 슬슬 지겨움을 느껴서였죠. 그러다가 어제 인터넷에 나온 기사를 보고 오랜만에 다운까지 받아서 봤는데, 역시 더군요. 기사의 과장됨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ㅡㅡ;;
    요즘 쇠고기 사태를 보면서
    ①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에 의해서 뽑혀진 국민의 대표자 입니다.
    ②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선출직 공무원은 우리나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겠죠.
    ③ 아무리 잘 됐다고 생각하는 결정이나 대외협상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잘못된 것이겠죠.
    ④ 물론 대외 신인도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외 신인도하고 국민의 만족도를 놓고 볼 때, 어떤 것이 더 무겁고 더 중요한 것인지를 제발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⑤ 국민은 가르치는 대상이 아닌데... 그렇게 원치 않는다면, 그건 하면 안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에 현직 경찰이라는 분이 하시는 말씀, 가슴이 아파지게 하는 말이더군요. 그들도 우리의 국민인데..
    • 귀번복
    • 2008.06.09 22:06 신고
    저도 가끔 삼국지를 만지작 거리는데 우연히 적벽대전 부분을 보다가 순간 섬찟해 지더군요. 왠지 지금 신자유주의가 적벽대전의 연환지계를 연상케 하더군요. 선진국의 더 많은 경제성장을 위해 세계를 하나의 블록으로 묶어서 글로벌기업들(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착취를 용인하는 작금의 세태...동남풍이 불어 화공 한 방으로 끝난 적벽대전이 다른 형태로 현재에 재현되는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