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 무섭다는 것을 암소 한우로 겪은 사연

2013.04.27 02:17 이런저런/수다 떨기

회사 앞에 고깃집이 생겼습니다. 여닫이 문이 1970~80년 풍이라는 것 외는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정육 식당이죠. 그런데 그 평범한 식당을 지나치다 보면 항상 손님이 많아서 은근 궁금했습니다. 뭐가 저리 사람이 많은고? 봐서는 그냥 고깃집에 소주 파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 식당을 지날 때면 혼자여서 호기심만 가졌습니다. 그러다 때마침 업체 분과 미팅이 저녁 때라서 그 고깃집이 생각 나서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잘못 생각했네요. 7시 반이 넘었다 싶을 시간에 찾아간 것도 그렇지만, 더욱이 오늘은 불금인 것이죠. 아우~ 많이도 붐비네요. 그나마 날씨가 따뜻해서 식당 밖 주차장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빼곡히 가져다 놓았는데도 차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래 서 있는 우리 일행이 안쓰러웠던지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테이블을 옆으로 조금 밀어 내서는 새로 간이 테이블을 차려 주어서 겨우 앉았습니다.

뭘 시켜야 좋을 지 모르는데 메뉴판도 없어서 옆 테이블 것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참 앉아 있어도 우리 테이블은 텅 비어 있습니다. 그래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분을 보면 좁아도 자리를 잡은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져온 것은 휴대용 가스 렌지와 밑 반찬 그리고 소주 두 병. 같이 온 분과 저의 얼굴을 보니 한 술 하겠다 생각 되었던지 한 병으로는 어차피 또 시킬꺼다 싶었나 봅니다. 소주는 두 병이나 되지만, 안주할 고기가 나오지 않아서 따라 놓은 소주를 한참 동안 바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대충 보았던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손님이 왜 많은지 이해가 되네요. 찍은 사진을 보고서야 오른쪽에 붙은 글에 더 눈이 갔습니다. 경북 안동...육질 좋은 암소....만약100% 국....그러니 안심ㅎ.

잠시 후에 한우 모듬이요~ 하는 소리에 뒤를 보니 식당 주인이 빼곡한 테이블 때문에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기린 목에 팔을 쭉 뻗어 저에게 고기 쟁반을 주네요. 그런데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그 고기 쟁반에 레이저를 쏘는군요. 혹시 저거 우리 것 아냐? 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 이 살벌한 느낌은 뭐지? 그러나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고 이런 부산한 모습이 왠지 예전 생각이 나서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어여 렌지를 키우고 불판에 고기를 얹어 안주 삼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쇠고기, 그것도 암소 한우라서인지 정말 맛있네요. 소고기라 핏기만 가시면 먹으려니 금방 비워질 것 같아 미리 주문하기로 하고 식당 주인을 불렀는데 다른 테이블 손님이 주문한 고기가 안 나온다는 퉁명스러운 얘기를 듣고 있네요. 겨우 식당 주인의 시선을 끌어 놓고 등심 주문하다가 업체 분에게 등심 괜찮냐고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사이 식당 주인이 사라졌습니다. 어우~ 정말 바쁘시네요. 그래도 등심을 주문하면서 된장국도 함께 시켰는데 역시 쉽게 나오지 않네요.

파 겉절이도 떨어지고, 달라고 하면 역시 함흥차사일 테니 직접 가져 오는 것이 낫겠다 싶어 주방에 갔습니다. 어머나~ 이렇게 손님이 많은데 주방이 너무 작아요. 아주머니 두 분이 정신 없으시네요. 파 겉절이를 직접 무쳐서 주는데, 남자 주인이 아줌마 한 분에게 "된장국 2개!" 하더군요. 여자분은 짧게 "떨어졌어" 하네요. 아~ 이런, 아까 주문했는데....

그런데 그 아줌마가 마지막 된장국인지 급히 들고 나가네요. 혹시 저거 우리 테이블 것 아냐 했습니다. 바로 따라 나가지 못하고 파 겉절이를 받고 나서야 나갔는데 작은 소란이 있네요. 식당 주인이 된장국이 끝났다며 더 이상 주문이 안 된다고 하면서, 아줌마가 가져온 된장국을 누가 시켰냐고 하자 옆에 테이블이 손을 들었고, 동시에 우리도 시켰다고 했죠. 옆 테이블은 일행이 4 명. 우리는 두 명. 된장국도 2인분. 그래서 저희 테이블로 옮겨 지는데, 옆 테이블의 아가씨가 저를 보고 양보 좀 하시죠 하며 당당히 얘기하더군요. 하하, 참 예쁜 아가씨가 술 한 잔에 용기를 내었나 싶었습니다. 뾰루퉁한 모습이 귀여워서 함께 온 분에게 양보를 할까요? 했더니 아우~ 양보를 왜 해요 하더군요. 다행히 그쪽 테이블의 일행인 남자분이 웃으면서 예의를 갖추어 우리 테이블 것이 맞다고 하더군요. 작은 해프닝이지만, 왠지 친근함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찌그러진 양푼에 담겨온 된장국. 보아서는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고기만 먹어서 텁텁했던지 시원하고 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아마도 바닷게를 넣어서 시원한가 봅니다. 업체 분이 옆 테이블에게 나누어 줄 것을 그랬다고 하시네요. 아, 그럴 것을 그랬어요.

된장국 덕분에 등심 2인분 추가한 것까지 싹 비웠습니다. 소주도 한 병씩.

10시 가까워지니 한산해 지네요. 다음에는 6시 전에 자리를 잡아야겠어요. 흠~ 더 일찍 가야 할까 모르겠네요. 장소 좁고 기다려야 하고 시겼던 주문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맛있는 안주에 마음 맞는 분과 모처럼 즐거운 술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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