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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내시경으로 경험한 Time Warp

· 댓글개 · 바다야크

어렸을 적 외국 영화에서 주인공이 총을 맞는 장면을 보면 이런 착각이 들었습니다. 총을 맞아도 나는 안 죽을 것 같다는 그런 엉뚱한 생각 말이죠. 군대에 입대해서야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유치한 착각에서 벗어 났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착각은 아니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악당이 주인공 뒤로 살금살금 오더니 마취제를 적신 손수건으로 주인공 입과 코를 덮으면 주인공은 힘없이 잠이 듭니다. 에이~ 아무리 저렇게 빨리 잠이 들까, 영화니까 저렇지 했었죠.

이번에 종합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나이가 있어서 아내가 돈이 들더라도 이번에는 꼭 대장 검사를 하자 해서 받게 되었습니다. 그냥 검사 받으면 매우 괴롭기 때문에 수면 내시경을 선택했죠. 이왕하는거 다른 부분도 함께 검사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뭔 검사비가 이리 비싸?

이틀 동안 먹는 것을 조심하고 장을 비우고 병원에 갔습니다. 배고픔도 배고픔이지만, 장을 비우기 위해 화장실을 여러 번 들라달락하는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네요.

침대에 누우라고 해서 누웠더니 팔에 링거를 꽂더군요. 그래서 드디어 수면 내시경을 받나 했습니다. 이제 곧 잠이 오겠지. 그런데 사람 하나 재우는데 뭔 링거 양이 저렇게 많을까? 했습니다. 아마도 갑자기 재우는 것보다 천천히 재우려고 하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말똥말똥 정신만 맑아 지네요.

아니, 혹시 약발이 안 받는 거 아냐? 잠이 들어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이게 무슨 일? 만일 잠이 들지 않으면 그냥 받아야 하나? 어떻게 받지? 매우 힘들다는데.

30분이 넘었을까요? 역시 잠은 오지 않고 점점 불안해 지는데, 밖에서 기다리다 지친 아내가 들어 오더니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저를 보면서 "끝 난 거야?"하더군요.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했죠. 실망하는 아내에게 잠이 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더니 아내도 걱정하더군요. 아마도 잠이 들려면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야 하나 보다 하더군요.

그러나 저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동네 분이 웃으면서 아직 수면에 드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잉? 이게 무슨 말? 수면은 검사 받기 전에 한다 내요. 그럼 링거는? 아니 이 닝기루는 뭐였어? 여하튼 쓸데 없이 걱정했던 거군요. 나참~ 의사가 좀 설명을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아, 괜히 불안해 했네요.

오늘따라 검사 받는 분이 많다며 미안해 하는 간호사의 말을 들으면서 더 기다려야 했지만,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걸어서 진찰실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었습니다. 그리고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자세를 잡았는데, 다른 간호사가 링거와 연결된 호스에 주사액을 놓으면서 "잠이 오실 거에요."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자세를 고쳐 주더군요. 그래서 지시에 따로 자세를 고쳤습.....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누군가 저를 깨우네요. "네?"라고 대답하고 머리를 들으니 벌써 진찰실 밖의 침대에 누워있군요. 아내가 옆에서 괜찮아? 하며 묻는데, 이야~ 벌써 끝 난 거야? 타임 워프(warp)?

그날 저녁.

매우 반가운 동생을 만나서 술에 떡이 되도록 마셨는데, 중간 중간 시간을 워프했습니다. 집에 오니 아내가 뭐라는 것 같은데 또 시간 워프.

다음 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 잡고 아내에게 물을 달라고 했더니,

아내: "잘하는 짓이다."
나: "응, 내가 잘하는 짓은 잘해."

요렇게 까불다가 한 대 맞을 것을 두 대 맞았습니다.

"......돈이 한두 푼이야......ㅜㅢ2^&*......걱정이 돼서......ㅂ쿴디ㅏ&3&*^......의사가 뭐랬어?!!......검사한 날은 먹는 것을 조심......ㅏㅇdt5r$%...... 앙!!"

아우~ 계속 Time Warp네요. 결론은 한 번에 혼절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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