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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백수 파이어족 기대감과 실망감

· 댓글개 · 바다야크

파이어족이란

파이어족이라는 새로운 말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파이어족이란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조기 은퇴를 바라는 사람 또는 조기 은퇴한 분을 말하는데요, 직장인이라면 흥분되는 문구가 두 개나 들어 있습니다. 돈에 구애를 받지 않고 빠른 시기에 은퇴해서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산다는 것이죠.

조기 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감이 커서 혹시나 땅바닥에 얼굴을 내밀고 파묻혀있는 보석 같은 방법이 있나 하고 여기저기 검색해 보았습니다만,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실망감만 커 가네요.

파이어족이 말하는 조기 은퇴 시기는 놀랍게도 30 후반에서 40 초반입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돈의 구애를 받지 않을 만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즉, 파이어족이 되려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만큼 자금을 가지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럼 얼마?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자금 계산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대표적으로 25배 원칙이 있습니다. 연간 생활비에 25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1년에 4천만 원 정도면 살 수 있겠다 싶다면 최소 10억 원을 모아야 합니다.

남자가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는 나이가 25세에서 26세라고 한다면 40세에 조기 은퇴한다고 해도 직장 다니는 기간이 고작 15~16년인데, 과연 10억을 모을 수 있을까요? 부모 잘 만나서 퇴직금으로 50억을 받는다면 가능하겠지만, 초봉이 얼마라고 아끼고 아등바등 산다고 해도 10억 원을 과연 모을 수 있을까요?

조금 더 알아보면 25배 원칙만으로는 당연히 안 됩니다. 필요한 것도, 생각할 것도 많습니다.

투자할 줄 알아야

여기서부터 조기 은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열등감만 커지는데요, 조기 은퇴라는 황홀한 상상을 일반 서민도 가능케 하는 신통방통한 방법이 있나 싶었지만, 저처럼 투자를 전혀 모르고, 해 본 적도 없고, 오직 은행에만 기대는 새가슴은 두려운 생각만 듭니다.

파이어족에 대해 알아 갈수록 결국 투자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파이어족으로 사는 분을 TV 방송과 신문 기사에서 보았습니다. 한 분은 내로라하는 유명한 회사에 다니다가 자금 5억 원으로 조기 은퇴를 했고, 다른 한 분은 5년 동안 21억을 벌어서 시작했는데요, 자금 5억이셨던 분은 앞으로 받을 개인연금과 국민 연금을 계획에 넣으면서도 파이어족으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낮은 은행 금리로 높은 물가 상승률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25배 원칙도 25년만 살겠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10억을 은행에 넣고 조금씩 까먹을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100세를 바라보는 장수 세상에서 80년을 산다고 해도 40년을 10억으로 살 수 있다고요? 지금의 100만 원은 10년 후의 100만 원이 아닙니다.

또한, 추가 비용이 생기지 않도록 주택을 마련하셨더라고요. 그렇다면 25배 원칙도 10억+주택이어야 조금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투자, 그것도 안정적으로 잘해야

두 번째 분은 21억 원으로 파이어족을 시작했는데요, 어떻게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 큰돈을 모으셨나 했더니 역시 부동산에 투자하셨네요. 운만 바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2년간 힘들게 부동산 공부를 했고 발품도 많이 팔면서 대출까지 받아서 과감히 투자했다고 합니다. 각고의 노력에 대한 보답이겠습니다만,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프네요.

이렇게 파이어족에 대해 알아볼수록 투자 얘기가 계속 나옵니다. 뻔한 월급을 은행 이자로는 40 초반에 그 큰돈을 어떻게 만들겠습니까. 범법하지 않고 고수익을 내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방법 밖에요. 아니면 40전에 50억 퇴직금을 받거나 로또에 당첨되던가요.

그런데 저는 투자에 대해서는 전혀 꽝이거든요. 주식도 잘 몰라요. 하는 일에 대해서만 몰두했고 다른 일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두 분의 경험을 통행 방법은 알았지만, 엄두가 안 납니다. 우선 집부터 사야 하고요, 고3 수험생처럼 부동산 공부하고 대출을 쏟아부으면 그분처럼 21억을 벌 수 있을까요?

50억 퇴직금? 가당치도 않고요, 로또는 5천 원 짜리 하나 맞은 적이 없어요. 로또로 50억을 모으려면 1등을 두 번 해야 한다고 하네요. 세금을 생각하면 3번 연달아 1등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에휴~

조기 은퇴 후에는 뭘 할 거야?

조기 은퇴해서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합니다. 자금보다도 이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40초 반에 은퇴한다? 큰 질병이 없다면 80세를 바라보는 세상인데 일을 하지 않고 40년을 산다?

조기 은퇴를 생각하면 즐거운 일만 상상이 됩니다. 저 지긋지긋한 인간의 낯짝을 보지 않아도 되고, 아침마다 숨 막히는 출근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납기를 맞추느라고 날짜에 쪼들여지는 일도 없고요,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부탁한다며 굽신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조기 은퇴하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일 것 같은데, 은퇴하신 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월화수목금토일 관렴이 없어진다고 하네요. 요일 관렴이 없다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부러운 일이지만, 은퇴하신 분은 슬픈 듯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무상함을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직장에 다닐 때는 일에 정신이 팔리고 힘이 들어도 성취라는 행복감이 있었는데, 은퇴 후에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출근하면 매일 똑같은 얼굴을 보았지만, 지금은 혼자입니다.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 홀로 뛰어다니고 얌체 짓도 많이 해서 지금은 불러낼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전화했지만, 회사에서 바쁜 사람과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가 안 됩니다.

조기 은퇴했다면 앞으로 그 긴 시간을 뭐하며 지내시겠습니까?

부러운 백수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은퇴 자금을 모아야 한다.
    40전에 50억 퇴직금을 받던가
    투자를 해야 한다. 아주 잘.
  2. 은행 이자로는 살 수 없다.
    돈이 무진장 많거나
    투자를 해야 한다. 아주 잘.
  3. 일 없는 인생은 행복할까?
    백수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정말 뭘 하고 싶은지 현실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투자로 자금을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파이어족이 되고서도 물가 상승률 때문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면 위험 부담을 안고서 어떻게 경제적으로 자립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행복한 노후가 아니라 불안한 노후의 연장이 될 것 같은데.

파이어족이 되고 싶어 하는 20~30대가 57%나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41%가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장인 중에는 4명 중에 1명 꼴로 파이어족이 되기를 바란다는 얘기도 있고요.

파이어족이 못 되어도 파이어족처럼 살기

개인적으로는 파이어족이 될 자신이 없습니다. 가진 것도 없지만, 투자에 대해서는 전무하거든요. 무엇보다도 주식·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없다 보니 학습하려고 해도 흥이 안 납니다.

결론이 났네요. 저 같은 경우 조기 은퇴는 부럽지만, 현실로는 불가하네요. 좋은 것은 알지만,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 하면 못하는 것이죠. 우울하지만, 저에 대해서 제가 잘 알고 있다고 변명하겠습니다.

파이어족은 못 되지만, 그래도 파이어족처럼 노후를 대비하여 검소하게 살고 싶습니다.

욜로족으로 사는 것보다 파이어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으로 욜로족은 파이어족보다 더 머나먼 이야기로 들리거든요. 짧고 굵게 산다? 말만 쉽지 결국 멋지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못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대비도 안 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답이 될 수 있겠습니까?

파이어족도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돈을 극한으로 아끼기 위해서 원만한 대인 관계를 갖지 못하고 회사·집·회사·집하면서 투잡에 업무와는 별개로 투자 공부하고 주식에 부동산까지 자기 생활이 없다면 화창한 시기를 스스로 너무 암울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사회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을 제일 많이 할 때가 30대라면 제일 잘할 때가 40대라고 생각합니다. 40 대 간부는 회사의 허리입니다. 한마디로 코어 근육이죠. 이제 후배를 키우고 팀을 꾸려서 한참 이끌어야 할 40대가 은퇴라니, 그것도 40초에. 기업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도 크게 성공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입니다.

역시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는 정답이 없네요.

혹시 영화 "김씨 표류기"를 보셨나요? 참 재미있게 봤는데요, 주인공이 대짜로 누워서 잠을 자는지, 아니면 눈을 감고만 있는지 모르지만, 한 마디 합니다.

"아~ 심심하다~"

그러면서 씨익 웃는데,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심심하다고 혼잣말을 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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