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이런저런 이야기

빨강 뚜껑이요 vs 잎사귀 3개요

2010. 1. 27. 23:46

점점 술이 좋아지니 어쩜 좋습니까? 시원한 맥주도 좋고 텁텁한 막걸리도 좋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목에 걸리는 소주가 좋네요. 일본 사람들도 소주를 좋아하는데, 거기서는 비싼 술이라 한국 사람이 한 번에 한 잔을 모두 들이키면서 캬~ 하는 것을 매우 부러워 하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미국으로 처음 출장 가서 분위기 띄운다고 멋모르고 소주 10병까지 시켰다가, 다음 날 상사에게 치도곤이 혼이 났다는 말을 아는 분께 들었을 때에는 이렇게 좋은 술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소주를 시킬 때 예전만큼 분위기가 안 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주는 잎사귀 3개짜리로 조금 독한 소주죠. 젊은 친구들은 도수가 약한 잎사귀 1개 짜리를 좋아하는데, 저는 여~엉 맛이 없네요. 잎사귀 3개짜리는 되어야 소주를 마시는 것 같은데, 많이 찾지 않아서 인지 때로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잎사귀 1개 짜리. 끙~

정확히는 잎사귀가 4장인데 "잎사귀 3개짜리!"로 시켰던 선배의 말을 따르다 보니 그냥 지금까지 3개 짜리로 시켰습니다. 그렇게 시켜도 다 알아 들으시더군요. 그런데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잎사귀는 어디 가고 병에 빨강색이 물들어 있습니다.

뚜껑도 빨강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잎사귀 3개 짜리"로 시킬 수 없고 대신에 "빨강 뚜껑으로요."라고 해야하는데, "잎사귀 3개 짜리요."로 시키는 것이 더 운치 있지 않나요?

사족입니다만, 담배 끊기보다 술 끊기가 더 어렵네요. 끊지는 못하더라도 줄여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