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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과 3년

· 댓글개 · 바다야크

개발자의 모습?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하면 어떤 모습으로 상상이 되시나요? 혹시 뚱뚱하고 수염이 덥수룩한데 돗수 높은 안경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둔한 모습이 떠 오르시나요? 아니면 나쁜 남자처럼 미남에다가 호리호리한 몸매에 구멍이 숭숭 난 청바지를 입고, 복잡한 영문자와 해골 그림의 가죽 잠바를 걸친 그런 모습이 그려 지시나요?

주위 개발자를 보면 대부분 우중충하고 아무리 좋게 보아도 회색 빛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아는 저도, 영화나 TV의 영향 때문인지 뚱뚱하거나 멋진 나쁜 남자가 떠 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얘기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어서, 개발자라면 좀 엉뚱한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엉뚱한 면이 일반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 놓는 동력으로 생각돼서, 실제로도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일에만 빠지더니 드디어 돌았군. 아니면 ing 이거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람도 봤어요.

한번은, 컴퓨터 케이스를 A4 서류꽂이로 만들어 놓고,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CD, 파워 등등을 여러 장의 플라스틱 판에 층층이 꽂아서 한 쪽에 쭈욱 쌓아 놓고 사용하는 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연 그대로의 냉각 장치라고 좋아하는데, 좋냐고요? 저는 정신만 산란했습니다. 파워 팬 소리, CPU 팬 소리를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참누? 그러나 그분은 매우 만족하더라는 것이죠.

그리고 며칠 후에 가 보니까 이번에는 반대로 바뀌었어요. 컴퓨터 내용물은 컴퓨터 케이스로, A4 서류는 그 프라스틱 판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기껏 고생해 놓고 이렇게 다시 바꾸었냐 했더니, 하드디스크 하나 추가하는데 모두 뜯어야 해서 불편했답니다. ^^

억지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 분의 깔끔한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엉뚱한 행동과 천재성이 무관하지 않다라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자의 이런 엉뚱한 면이 천재성으로 보여 줄 수 있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조금은 심심할 정도로 시간이 남아 돌아야 합니다. 개발 작업을 하면서도 정말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고, 그 엉뚱한 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뭘 만들어 내도 만들어 내죠.

개발자는 사용자의 게으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유능한 개발자는 게으른 사용자를 이해하고 존중할 뿐만 아니라 미리 사용자가 겪을 불편을 예상해 냅니다. 가령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메인 메뉴로만 구성했다면 게으른 사용자는 매우 불편해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개발자는 툴바를 생각해 내고, 단축키와 핫키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제 사용자는 마우스 없이도 메뉴를 호출할 수 있고, Ctrl-P 한 번으로 인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 게으른 사용자는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을 키보드로 옮기는 것 조차 귀찮아 합니다. 그래서 StrokeIt 이라는 프로그램은 마우스 제스쳐 기능을 제공합니다.

 

어떻게 보면, 마우스로 P 자를 그리는 것 보다 버튼을 클릭하거나, 키보드로 손을 옮겨 Ctrl-P를 누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저 역시 이상하게 P 자를 크게 그립니다. 생각해 보면 툴바의 버튼 같은 경우, 마우스를 버튼까지 가져가야 하잖아요. 커서를 버튼에 까지 옮겨 놓고, 그 후에 클릭해야 하는데, 마우스 제스쳐는 그냥 그 위치에서 대충 P 자를 그리면 됩니다.

이렇게 개발자가 사용자의 게으름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이런 훌륭한 프로그램은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Task Shuffle을 사용해서 가운데 버튼으로 프로그램을 종료해 보신 적 있나요? 한번 사용해 보면 더욱 게을러 집니다. Task Shuffle이 없으면 그 기능 하나 때문에 답답하니까요.

개발은 창작 작업

저도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아직 만들고 있는 중인데도 이렇게 하면 더 편하고, 요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그러나 납기일에 쫒기고, 일에 지쳐 몸이 피곤하면 실제 추가하지 못합니다. 지금도 피곤해 죽겠는데 일을 키운다고요? 쉽지 않죠.

개발 작업도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창작과도 같은 일이라서, 시간에 쫒기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어야 만들어지는 작품도 편하고 여유가 묻어 납니다. 물론 능력이 매우 뛰어난 분이라면 짧은 시간에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개발자에게 무한정 시간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정한 개발 시간은 개발자의 호기심을 잃지 않게 하고, 장난기와 엉뚱함을 유발하게 하며, 자신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소스라고 생각합니다.

are you dreaming - WWDC08::아이폰 UI를 디자인하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일까요? 글을 보고 생각나는 것이 많아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물론,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 빨리 제품을 만들어서 빨리 팔아 먹어야지, 언제까지 개발하고 앉아 있냐라는 모 업체의 사장님 말씀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말씀에 "장사속"이라는 말만 생각납니다.

애플이라는 회사도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 존재하는 회사이고, 물건을 파는 기업이지만, 애플에는 Apple의 철학이 있다라는 호평을 받습니다. 왜 소비자와 사용자로부터 그런 호평을 받는지 우리 기업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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