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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2011 Steve Jobs

· 댓글개 · 바다야크

1955-2011

바라보기만 해도 슬픔이 몰려 오는 사진이 있습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저의 아버님 영정과 같은 해에 삶을 다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입니다. 밝게 웃으셔도 가슴이 메어집니다. 그런 저에게 또 하나가 생겼습니다. 언제나 자신 있고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 신비로운 얼굴이었는데, apple.com 첫 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은 저를 슬프게 합니다. 1955 다음에 2011이라는 숫자가 나란히 있다는 것이 매우 착잡하게 합니다.

Apple ][+

제 직업이 프로그래머가 된 이유는 작은 컴퓨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 따라 우연히 들른 세운상가에서 컴퓨터라는 것을 처음 보게 되었고 흥미로웠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저는 제 이름을 또박또박 키를 찾아가며 눌렀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 아래에 "]SYNTEX ERR"라는 문자열이 출력되었는데, 그 문자열은 컴퓨터가 저에게 준 첫 번째 응답이었습니다. 이런 상호 반응에 컴퓨터에 큰 매력을 느꼈고, 프로그램 학습에 빠져 결국 직업도 프로그래머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이름이 "문법 오류"라고 출력했던 그 컴퓨터가 바로 스티브 잡스가 만든 "Apple ][+" 였습니다.

"Apple ][+"라고 쓰고 "애플 투 플러스"라고 읽었던 그 컴퓨터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사양이었지만, 당시 젊은이들에게는 디스코만큼이나 뜨거운 존재였고 충격이었습니다. 기본 사양은 매우 낮았지만, 사용하는 곳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유명한 게임도 많았죠. 아마 Apple ][+ 사용자라면 "로드 러너"라는 게임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게임을 싫어하던 저도 한참 빠졌던 너무나도 유명한 게임이었습니다.

그 작은 컴퓨터로 많은 전자 개발업체가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났고, 과연 8bit 컴퓨터로 어떻게 저런 시스템을 만들어 냈을까 놀래게 하는 제품도 많이 나왔습니다. 이런 흐름에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공과대가 활발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Apple ][+ 영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GUI 와 마우스

Apple ][+를 이어 IBM 컴퓨터가 활발히 팔릴 때, 세운상가에서 컴퓨터를 판매하던 분이 이런 얘기를 해 주더군요. 컴퓨터를 사갔던 손님이 다음 날 땀을 뻘뻘 흘리며 모니터와 본체를 들고 오면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고장이 났다며 호들갑을 피우더랍니다. 이유인즉, 컬러인 줄 알았는데 집에 가서 켜 보니 흑백이라는 것이죠. 분명히 살 때는 컬러였는데, 집에 가서 아무리 해도 흑백이랍니다.

이유를 아시는 분은 벌써 웃으실지 모르겠네요. 그 시절에는 윈도우가 아닌 DOS가 많이 사용되었고 텍스트 환경으로 부팅하게 되었는데, 컬러 모니터라도 그래픽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띄우기 전까지는 흑색 화면에 흰 글씨만 나옵니다. 그리고 멍청히 캐럿만 깜빡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런 시절에 그래픽 환경으로 부팅되는 애플 라이저(Apple Lisa)를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고 했을 때는 저걸 어떻게 사용하나 걱정했을 정도였는데, 이후로 그 제품이 GUI 환경과 마우스 대중화의 시작인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즉,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PC에서 GUI와 마우스를 대중화 시킨 주인공입니다.

 

대한민국 스마트폰을 스마트폰 답게 만들어준 스티브 잡스

이외에도 당시의 기술로는 무리하게 보이는 놀라운 제품을 만들어 냈습니다만, 최근에 와서 스티브 잡스에게 고마운 것은, 덕분에 한국에서도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만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일 Wi-Fi를 사용할 수 없었다면, 그래서 예전의 그 비싼 데이터 통신을 사용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만을 넘겼을까요?

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스티브 잡스의 공로를 "아이폰이 없고 옴니아만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라는 글을 보았는데, 저는 이 말에 모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옴니아 보다 아이폰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 옴니아 이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했었고, 분명히 그 제품보다 옴니아는 훌륭했습니다. 또한, 경쟁적으로 좋은 제품은 계속 나왔을 것입니다. 아이폰이 없었다고 갤럭시가 안 나왔을까요? 구글의 안드로이폰은요? 저는 옴니아와의 비교보다는 "Wi-Fi를 사용할 수 없는 스마트폰을 상상해 보라"라고 고쳐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폰이 들어 오기 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고 이동 중에도 웹 브라우저로 검색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도 있었구요. 그러나 어디 겁나서 사용할 수 있어야 말이죠. 이통사의 횡포에 눈치를 보던 제조 업체는 Wi-Fi를 넣지 못했습니다. DMB를 넣다 보니 공간 문제로 Wi-Fi까지 넣을 수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변명은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이 나오면서 그 불가능하다는 일이 바로 해결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DMB와 Wi-Fi를 모두 갖춘 제품이 나왔으니까요. 그리고는 아이폰은 DMB가 안 나온다고 공격합니다. 정말 얄밉지 않습니까?

결국, 아이폰이 들어 와서야 국내 스마트폰에 Wi-Fi 기능이 탑재되었다는 것입니다. Wi-Fi 탑재가 대중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비싼 돈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했는데, 요금이 걱정돼서 카카오톡은 사용 못 하고, 카카오톡도 사용 못 하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어디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길을 헤매도 구글 지도를 열어 볼 엄두가 나지 않고, 웹 브라우저는 필요할 때마다 살짝, 구글 뮤직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생각도 못 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는 딴나라 얘기고, 메일은 제목만 확인, 연락처와 메일 동기화는 집이나 회사에서 USB로만 한다면 이게 어디 스마트폰입니까? 그러나 이런 일이 불과 재 작년, 그것도 연말 11월까지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이랬습니다.

그러나 이통사에 굴하지 않은 스티브 잡스의 배포로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을 스마트폰 답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일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 오지 못해서 계속 그 비싼 데이터 통신을 사용해야 했다면? 아이폰 보다 더 좋은 제품이 있어도 끔찍하죠.

우리와 같이 살았던 영웅, 스티브 잡스

이렇게 적고 보니 스티브 잡스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네요. Apple ][+로 장래의 희망을 키웠고, 직업이 결정되었으며, 최근에는 그가 만든 제품으로 하루를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이죠. 근래에 스티브 잡스의 건강 악화설이 있었고 보기에도 수척해 보였지만, 고인의 명복을 이렇게 빨리 빌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같은 시대에 살았든, 책으로만 보았든 영웅의 사라짐은 시간이 흘러도 안타깝습니다. 10년을 더 살았으면 아이폰 5를 내놓고 6와 7 외에도 또 다른 놀라운 제품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소식을 기다리게 했던 사람이 이제는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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