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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 댓글개 · 바다야크

이발소에서 미장원으로

이발소에서 미장원으로 머리를 깎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아마도 이발소보다 미장원이 가까워서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또 이발소보다 예쁘게 깎아 준다는 말도 있어서 이발소에서 미장원으로 바꾸었는데, 그러나 미용사가 자꾸 말을 시키는 바람에, 그 어색한 대화가 싫어서 여기저기 옮겨다녔습니다. 머리를 잘 깎는 곳을 찾아 다닌 것이 아니라 과묵한 미용사를 찾아 다녔으니 좀 엉뚱하죠?

조용한 남자 컷 전용 미용실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만, 대신에 남자 전용 미용실이 있어서 몇 년째 그곳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미용실보다 저렴하고, 머리 깎는 것도 매우 빠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발사가 말이 없어 좋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자를까요?" 라고 물어 왔지만, 단골이 되고 나서는 제가 "예전 같이요."라고 하면, 이후로는 머리를 숙이라는 듯 뒷머리를 누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 "머리 감으시죠" 도 있었네요. 그러나 이제는 눈빛만으로도 서로 알기 때문에, 이제는 그 말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잘 가라는 말은 듣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머리를 깎고 나면 샴푸로 감아 주기만 합니다. 이후에는 손님이 알아서 머리를 말리고 나가면 되는데, 먼저 온 손님이 있더라도 다른 곳보다는 순서가 빨리 옵니다. 순서 빨리와, 빨리 깎아줘, 어색한 대화 없어, 가격 저렴해 나무랄데 없습니다만, 그래도 아쉽다면 면도를 안 해 준다는 것입니다. 따로 돈을 내서 받고 싶어도, 가격표가 없고 면도하는 분을 본 적이 없어서 아마도 여기는 머리만 손질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연히 본 이발소

며칠 전에 우연히 이발소를 보았습니다. 열린 문으로 낯익은 풍경이 보였습니다. 가던 길을 계속 걸어 갔지만, 이발소만의 특유한 냄새가 회상되었습니다. 왠지 깔끔하게 느껴지는 냄새인데, 향기라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냄새입니다. 냄새뿐만 아니라 대부분 이발소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의자도 그렇고, 머리를 감는 곳은 약속이나 한 듯 온통 하얀 타일로 덮어져 있습니다.

이발소를 기억만 해 두었는데, 이발할 때도 되었고 며칠 후면 추석이라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들어서니 아버님 나이뻘의 이발사가 TV를 보다가 손님인 저를 반긴다기 보다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 보셨습니다. 야, 정말 이발소는 오랜만이네요. 두꺼운 의자에 앉아 이발하면서 낯 익은 물건이 없나 둘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제가 다니던 곳보다는 조금 지저분하네요. 면도에 사용하는 그릇도 깨끗하지 않고.

그러나 역시 머리를 깎는 방법은 비슷하군요. 전기 바리깡으로 뒤와 옆 머리를 살짝 깎고서는 가위로 열심히 깎아 주셨습니다.(이발사분이 나이가 많으시니 말을 놓아 글을 쓰기가 어렵군요. ^^) 그런데 가위가 오래 되었나봐요, 머리가 깔끔하게 잘리는 소리 대신에 가위 날이 서로 비벼되는 금속성의 소음이 계속 들렸습니다. 이발하는 내내 귀에 거슬렸습니다.

머리를 어느 정도 깎고 난 후에는 분 가루를 머리 둘레에 뭍히고 다시 다듬습니다. 이런 모습은 미장원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머리를 모두 깎고 나면 비눗물 거품내어 머리 옆과 뒤에 바르고는 칼로 깔끔하게 잔털을 제거합니다. 미장원에서는 매우 작은 바리깡 비슷한 것으로 대충 잘라 주지요.

오랜만에 받아 본 안면 면도

머리를 모두 깎고나면 이발사가 의자 등판을 뒤로 젖힙니다. 안면 면도를 해 주시는데, 예전에 제가 다니던 단골 이발소는 면도하기 전에 뜨거운 수건을 얼굴에 얹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그냥 누워 있는데, 잠시 잠시 이발사가 수건을 눌러 주면서 얼굴의 근육을 풀어 줍니다. 면도만큼이나 편하고 시원한 시간입니다. 아예 한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바로 면도를 하는군요. 흠~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발사분이 이마부터 면도해 주시는데, 면도날이 조금 무딘 것 같아요. 조금 긁히는 듯한 느낌? 그러나 거북스러웠던 것은 제 얼굴 가까이 되고 있는 이발사의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계속 나네요. 흠~ 장이 별로 안 좋으신가 봐요.

머리를 감을 시간

면도까지 마치고 이제 머리를 감을 차례입니다. 하얀 타일에 세면대가 2 개가 고정되어 있고, 한쪽 반은 물탱크입니다. 미용실처럼 수도와 연결된 샤워기로 머리를 감기는 것이 아니라 화분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물통으로 물을 퍼서 머리를 감겨 줍니다.

정말 오랜만에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숙여 머리를 감았는데, 한 번 머리를 감겨주는 미용실과는 달리 두 번 감겨 주시네요. 그런데 손의 힘이 매우 세세요. 시원하기는 한데 머리털이 좀 빠졌을 것 같아요. 그리고 화분 물통과 같은 물통으로 물을 퍼서 머리에 부어 주시는데, 오우~ 그냥 쏟아 붓듯이 부으시네요. 숨쉬기가 곤란했습니다. 거기다가 물이 가슴으로 조금씩 흘러들어 오는군요.

미장원에 처음 갔을 때

그래도 미용사와 눈이 맞주치는 어색한 분위기가 없어 좋습니다. 좀 창피한 얘기입니다만, 이발소만 다니다가 미장원에 처음 갔을 때, 머리를 감겨 주는 의자를 보고 잠시 난감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자세를 취하라는 것인지 도통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죠. 머리를 감으려면 엎드려야 하는데, 문제는 의자가 안쪽으로 꺾여 있네요. 그러면 허리가 뒤로 꺾이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뒤로 눕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럼 어떻게 머리를 감지? 미용사의 도움으로 이렇게요? 이렇게요? 하면서 겨우 자세를 잡았는데, 아~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 그냥 끝까지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잡지도 본다는데,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머리를 감고 나면 세수를 할 차례

이발사가 머리의 물기를 모두 제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흐르지 않을 정도로 머리카락에서 물을 짜 내듯이 물기를 제거합니다. 그러면 저는 일어 서죠. 머리가 아직 졌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우뚱 숙이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발사는 저를 감겨 주던 세면대를 물통으로 부지런히 청소하고, 바로 옆 세면대에 화분 물통으로 물을 받아 줍니다. 그러면 그 세면대의 물로 세수합니다. 세수하고 나면, 이발사가 의자 위에 올려 놓은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머리의 물기를 대충 닦아 냅니다. 이발사마다 방법이 조금 다른데, 수건을 의자 위에 올려 놓기도 하지만, 세수를 하고 있으면 뒷 주머니에 꽂아 주기도 합니다.

머리를 말리면 끝

여하튼 대충 물기를 닦아 낼 쯤, 이발사가 저를 부르고 의자에 앉게 합니다. 그리고 수건을 건네면 이발사가 그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 줍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스킨이 담긴 병을 가져 오는데, 저는 두 손을 모아서 스킨을 받아서 얼굴에 바르고, 다시 로션을 주면 역시 두 손으로 받아 얼굴에 바릅니다. 이렇게 스킨과 로션을 바르면 이발은 모두 끝납니다. 흠~ 스킨이 저렴한 예전 그 제품과 같은 향이네요.

7,000원? 생각보다 저렴하네

이런~ 안면 면도까지 했는데, 가격이 7,000원 이군요. 너무 저렴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약간 부족했던 서비스를 생각하면 또 적당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7,000원은 싼 것 같아요. 앞으로 자주 오라는 이발사의 말씀도 있었지만, 왠지 어렸을 때의 추억도 생각나고 정이 묻어 나는 풍경도 있어서 앞으로 단골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P.S. 이발소에 얽힌 기억 하나

안면 면도하니 예전 생각이 나서 추가합니다.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네요. 중년 부부가 함께 이발소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가끔 부인이 면도를 했습니다. 언제인가 남자분만 있었는데, 이발을 마칠쯤 아주머니께서 들어 오셨습니다. 식사를 방금 마치셨는지 쯥쯥하는 소리를 계속 내시더군요. 그리고 면도를 하시는데, 그 손에서 얼마나 김치 냄새가 나던지, 면도 하는 내내 배가 고팠습니다. ^^;

P.S. 이발소에 얽힌 기억 둘

예전에 다니던 단골 이발소가 생각납니다. 백발에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께서 운영하셨는데, 이발소 안의 모든 물건이 그분의 연륜을 보여주듯 모두 낡고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잘 관리되어 있었고, 언제나 찾아가 보아도 물건의 위치가 항상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구 사용이 잠시 마치더라도 항상 제자리에 놓으셨는데, 10번이면 10번 모두 제자리에 놓으셨습니다. 물건을 제자리로 침착하게 내려놓는 그분의 머리 허연 뒷모습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덤벙거림이 심하고, 항상 책상 위에는 지저분하게 쌓아 놓고 일을 하거든요. 그러나 그렇게 몇 년을 다녔는데, 그분의 꼼꼼함이 변함없던 것처럼, 저의 덤벙거림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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