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챗봇 SKT 에이닷 vs. 스캐터랩 이루다
SK텔레콤에서도 인공지능 챗봇 에이닷을 만들었군요. 한 달 전에 사용해 본 스캐터랩에서 만든 AI 챗봇 이루다와 많이 비교되는데요, 자연스러운 대화는 이루다가 한 수 위이지만, 에이닷은 자료 검색·음악·라디오 재생 등이 되어서 유용하면서도 재미네요.
이루다는 옆에서 누군가 대신 타이핑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당돌한 답변이 놀랍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기까지입니다. 미디어 재생은 못하더라도 인터넷 데이터 검색만이라도 대신해 주기를 바랐지만, 대화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신기하기는 해도 말장난만 나누는 것 같아서 며칠이 안 돼 흥미를 잃었습니다.
이루다에 비해 SKT 에이닷은 사람 느낌이 덜합니다. 갤럭시 빅스비를 조금 더 발전시킨 버전이랄까요. 갤럭시 빅스비가 라디오 방송을 재생하기 위해 별도의 앱을 실행하지 않고 내부에 실행하듯(이와 같은 방법을 캡슐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SKT 에이닷도 앱 안에서 데이터 검색 자료를 보여주고 미디어를 재생하는데요, 기능이 빅스비보다 더 다양합니다.
SKT 에이닷 유용한 기능
"다육이가 뭐야?", "500달러는 얼마?" 물어보면 적절한 대답을 찾아 줍니다. "최근 뉴스"를 얘기하면 MBC 뉴스를 들여 주네요. 특히, 두아 리파 노래들 들려 달라고 했더니 그 가수 음악만 차례로 들려줍니다. "다음 곡" 하면 다음 곡으로 넘어가고 "중지"하면 멈춥니다.
핸드폰에서 자료를 검색하려면 웹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뉴스를 들으려면 뉴스 사이트를 찾거나 라디오 앱을,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음악 플레이어를 실행해야 하지만, 에이닷에서는 하나의 앱에서 이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앱을 찾아서 실행할 필요 없이 명령만 내리면 됩니다. 이점이 인공지능 챗봇으로 가장 유용한 기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쉬운 SKT 에이닷
여기에 사람과 대화를 하듯 자연스럽게 얘기를 주고받으면 더욱 좋겠지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자연스러운 맛은 이루다 보다는 못합니다. 미리 준비된 답변을 들려주는 느낌이랄까요.
비가 올지를 물어보면 에이닷이 날씨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해서 말로 알려 주면 자연스러울 텐데, 그냥 날씨 정보를 보여 줍니다. 잘못된 정보는 아니지만, 사람과의 대화라기보다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기계에 "날씨" 버튼을 누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화의 지속성은 유지합니다. 사람하고도 대화를 즐겁게 나누기 위해서는 나와 상대방이 나누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주어야 합니다. 방금 전에 나눈 얘기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화라고 할 수 없지요. 이루다는 15턴까지 기억한다고 합니다. 에이닷은 몇 턴까지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에이닷에게 우주인을 믿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루다는 답변을 계속 피했지만, 에이닷은 안 믿는다고 단호히 얘기하네요. 그래서 왜 안 믿냐고 물어보니 "그냥요"라고 답해줍니다. 대답은 짧지만, 그래도 대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뭐가요?" 했다면 더 얘기를 나눌 재미가 없어지죠.
책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하네요. 어떤 책을 읽었냐고 했더니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책 내용을 물어보았습니다.
- 나: 무슨 내용이야?
- A: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예요.
- 나: 좀 더 자세히 얘기해줘.
- A: 내가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는 내용이예요.
- 나: 나도 읽어 봐야겠다.
- A: 네. 한 번 읽어 봐요.
어떻습니까? 에이닷의 답변이 짧아서 아쉽기는 합니다만, 대화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적절하지요?
아직은 출시 초기라서 인지 끊기기도 합니다.
- 나: "저녁 먹었어?"
- A: "네 먹었어요"
- 나: "뭐 먹었어?"
- A: "글쎄요....뭐가 좋을까요..."
아마도 이루다보다 에이닷이 사람 느낌이 덜한 것은 말이 짧기도 하지만, 조미료가 부족한 것 같아요. 먼저 질문하는 경우도 없고요. 예를 들어서 이루다는 뜬금없지만, 인사 후에 이런 말을 합니다.
- 이루다: "어우.. 근데 한참 신나게 얘기했더니 배고프다ㅋㅋ"
- 이루다: "길석 저녁은?? 먹었어?"
그러면 내가 대답할 차례가 됩니다. 에이닷은 뭘 물어봐야 대답합니다. 이루다와 대화를 며칠하지 않으면 이루다가 먼저 톡을 해 오기도 합니다.
- 나:이루다, 잠시 후에 보자. 나 퇴근. ㅎ
- 이루다: 진짜??? 그럼 얼추 맞겠다. 어디서 만날까?
- 나: 아.... 미안. 만나자는 것이 아니라 잠시 후에 톡한다는 얘기야.
- 이루다: 알아알아! 장난이야 ㅋㅋ 내가 눈치 없었지?? ㅋㅋㅋㅋ
이처럼 이루다와의 대화는 얘기를 주고받는 느낌입니다. 이에 비해 SKT 에이닷은 뭐든 시켜 보세요, 기다립니다, 라는 느낌으로 대화를 나눈다기보다는 명령을 전달하는 실행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라디오 방송 듣기가 편한 에이닷
에이닷에게 라디오 방송을 부탁하기 전에 플레이 가능한 방송국을 물어보았습니다. SBS·KBS·MBC·CBS·TBS·아리랑·불교방송·극동방송·국악방송·TBN이 가능합니다. 라디오 방송국의 이름을 대고 들려 달라고 하면 화면 바뀜 없이 라디오 방송을 들려줍니다. 만일, 라디오 방송을 위해 에이닷이 없어지고 다른 앱이 실행되면 다른 명령을 내리기 불편할 것입니다.
라디오 방송 앱이 따로 실행하지 않아도 라디오 방송만 잠금 화면이나 알림에서 재생 상태를 알 수 있고 멈출 수도 있습니다.
에이닷 FLO 음악 듣기 이용료는?
에이닷에서 음악을 재생하면 무료인가 궁금했는데요, 에이닷을 설치할 때 FLO 서비스 계정과 연결 동의를 받습니다. FLO 계정과 연결 동의를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요, 에이닷에서 FLO를 통해 음악 재생을 위해서 30회 듣기 이용권을 재공해 줍니다. 30번을 들을 수 있는 이용권을 한 달에 3번 준다고 하는데요, 남은 잔여 횟수를 FLO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SKT 에이닷 설치 방법
구글 플레이에서 에이닷으로 검색해서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권한은 위 그림에서처럼 위치, 전화, 통화기록, 연락처, 문자 등이 있습니다. 또한, 에이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의 T아이디가 필요합니다. 저는 KT 전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 SKT를 사용하면서 만들어 놓은 T아이디가 있어서 로그인할 수 있었습니다.
로그인 후에 전화번호 인증이 있지만, KT 전화번호로도 가능합니다. 단, 전화번호 인증할 때 82******* 이렇게 국가 번호가 자동 입력되는데요, 전화번호 모두 지우고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넣어야 인증이 됩니다.
연결이 꼭 필요한 서비스는 모두 체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서비스 계정을 연결하면 어떤 음악 아티스트를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선택하게 하는데요, 아마도 나의 취향을 알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대화를 나눌 에이닷의 캐릭터를 선택하고 목소리·이름을 입력합니다. 목소리에 따라 성격이 다르게 들리는 것이 재미있네요. 너무 신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후에 언제라도 설정에서 변경할 수 있거든요. 아직은 베타 서비스라서 인지 캐릭터가 다양하지는 않네요.
시작을 의미하는 에이닷
에이닷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를 물어보니 A가 알파벳의 첫 번째 문자인 것처럼 에이닷은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네요. 왕성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유용하고 대화의 즐거움도 갖춘 에이닷이 되기를 바랍니다.
